좋은 회사, 나쁜 회사, 이상한 회사

좋은 회사, 나쁜 회사, 이상한 회사

2008년 9월 언젠가의 첫 출근일을 기억한다. 회계사 2차 시험의 결과 발표가 난 후 이런저런 합격 축하 및 채용 행사에 불려다니며, 생전 처음 들어보는 “회계사님” 이라는 단어가 괜히 쑥쓰럽고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6년반의 기간동안, 지금은 어색한 정장 차림에 무거운 노트북가방을 들고, 땅끝마을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골프장 운영회사부터 수산물 후처리, 동물 사료 수입 및 배합, 반도체, IT, 투자자문업까지 다양한 회사에 대한 일을 진행했다. 나는 우리나라에 회사가 그렇게 많은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2015년 회계법인을 퇴사한 후,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다시 외국계기업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4번의 이직을 하며 5개의 회사를 경험했다. 어쩌다보니 그 와중에 커리어가 회계재무에서 인사로 전환하기도 하였다. 지금 근무중인 스타트업은 리턴제로. 나의 5번째 회사이며 7번째 직무이고, 채용과 조직문화 등 HR 전반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리턴제로가 왜 좋은 회사인지 설득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사실 동시에 지원자의 입장에서, 리턴제로가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 지금 이 시기에 스타트업으로 모시는 것이 이 분의 커리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많은 회사들과 담당자들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그 회사는 좋은 회사였었나 나쁜 회사였었나 이상한 회사였었나.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가..

좋은/나쁜/이상한 회사의 정의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수 만큼 많겠지만, 나의 경험에 따르면 각각의 회사는 아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출처: 네이버 무비, 키작은.. 잘생긴.. 뚱뚱한..)

좋은 회사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회사는, 조직의 성장과 구성원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다. 여기서 성장은, 역량적 성장과 재무적, 규모적 성장을 모두 포함한다. 조직이 성장하지만 구성원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구성원에게 좋은 성장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 구성원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구성원은 성장하고 있지만, 조직이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면 구성원은 본인의 노력과 헌신이 헛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나는 성장하고 있는데 옆에서 무임승차하는 것 같은 누군가때문에 조직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구성원들은 빠른 속도로 의욕을 잃게 된다.

다만 조직의 성장과 구성원의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부수적인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회사가 좋은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을 것, 회사의 목표와 구성원의 목표가 잘 합치(Align) 되어있을 것, 강력한 성장 욕구를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모여있을 것 등등.

나쁜 회사

좋은 회사가 아닌 회사는 다 나쁜 회사일까, 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그건 아닌거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쁜 회사는, 조직의 성장과 구성원의 성장 둘 중의 하나를 “의도적으로” 포기하거나 이에 “전혀 관심이 없는” 회사이다. 대체적으로 조직의 성장을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회사는 없으니, 일반적으로는 구성원의 성장을 포기하게 된다.

구성원의 성장에 무관심한 회사에서의 경험은 대체로 품질에는 관심 없이 일정만을 맞추기 위해 갈려나가는 구성원, 맥락 공유가 없는 Top-down 업무지시 등으로 나타난다. 쉽게 생각하면 “지금 구성원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회사로 설명할 수 있다. 동시에 의외로 안정적으로 수주가 가능한 회사에서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구성원이 성장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회사가 굴러가며 작동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에 오래 있다보면, 일이 무지하게 바쁜 것 같긴 한데, 막상 시간이 흐른 후에 뒤돌아보면 성장한 흔적을 찾기는 힘들다. 프로젝트에 참여를 해서 여러가지 일을 했지만, 막상 면접에 가면 그 일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내가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지 설명이 쉽지 않다. 회사생활은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이상한 회사

좋은 회사도 아니고 나쁜 회사도 아닌 이상한 회사는, 아마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뭔가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조직과 구성원 모두 성장하지 않는 상태를 쭉 유지하고 있는 경우.

다들 으샤으샤 하고 있는데 조직도 구성원도 성장하고 있지 않는다면, 지금 조직은 틀린 방향으로 전력 질주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한 회사다. 엉뚱한데 힘을 쏟고 있어서는 안된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KPI가 잘못 설정되어있거나, 엉뚱한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거나, 시장이 흘러가는 방향을 역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구성원의 문제라기보단, 경영진의 역량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한 회사가 아닌 이상한 경영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꽤 오랜기간 열심히, 사업 목표를 수립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회사도 나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면, 또는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높이는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면, 내가 일하는 업무 방식을 점검할 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1) 우리 회사의 경영진이 전달하는 메세지는 타당한가? 2) 과거에 전달했던 메세지는 언제 맞았고 언제 틀렸나? 3) 지금 경영진이 전달하는 메세지가 앞으로도 맞을까? 세 개의 질문을 냉정하게, 여러 번 던져보고 만족할만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 천천히 떠날 준비를 하자.

리턴제로는 좋은 회사일까?

모든 회사가 그렇듯이, 리턴제로도 나름의 장점과 보완해 나가야 할 지점들이 분명히 있는 회사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 즉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 하고 있고, 인공지능이라는 훌륭한 도메인에 있으며, 그 안에서 좋은 파도를 찾기 위해 사업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는 회사임은 틀림없다. 동시에 똑똑하고 배려넘치는 구성원이 모여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으니, 지금 좋은 회사라고 말하기 보다, 매일 매일 더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회사. 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

그럼 리턴제로가 왜 진짜 좋은 회사인지는 다음편에 계속…

이 글은 리턴제로의 채용담당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작성하였습니다..


Great! You’ve successfully signed up.

Welcome back! You've successfully signed in.

You've successfully subscribed to 기업을 위한 음성 AI - 리턴제로 blog.

Success! Check your email for magic link to sign-in.

Success! Your billing info has been updated.

Your billing was not upd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