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적었던 글인데 2023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옮겨 왔습니다.
“JAVA 두 명 타요”처럼 개발자를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다들 어디로 갔는지 참 보기 힘들다.
요즘 “좋은 개발자는 어디에 있어요?”라는 질문을 여기저기서 받는다. 개발자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나 뜨거워진 것은 facebook, google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창업에도 IT가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그 많던 개발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글을 읽으면서 개발자가 줄어들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거리도 있고, 실제로 그 개발자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꼬셔낼지에 대해 생각해본 것을 끄적여 본다.
여기 창업을 해보려고 나선 29세 A씨가 있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고, 생각해보기에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A씨는 개발을 해본 적도 없고, 공대와는 멀고 먼 경영 관련 학과를 졸업하였다. “아, 개발자를 찾아야겠다.”라고 생각한 A씨. 고심한 끝에 좋은 개발자들이 많이 나왔다던 K대 친구를 수소문해서 후배들, 동기들에게 연락을 취해본다. 다들 바쁘다… 이번엔 친구의 친구를 수소문해서 창업의 요람이라는 N사에 다니는 개발자분을 만나게 되었다. “아…. 월급이 없으면 힘들 것 같은데.. 지금 받고 있는 복지가 꽤 괜찮아서요..” 꽤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다 실패. A씨는 “개발자 구인” 프로젝트에서 씁쓸한 실패를 맞이했다.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지인의 지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각 학교 게시판에 올려봐도 소득 없다.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지만 확률은 낮다. 왜냐하면 개발자의 일반적인 논리로는 IT와 멀리 떨어진 사람과 사업을 할 이유가 굳이 없다. 개발자의 시각에서 볼 때 IT와 멀리 떨어진 사업에서 IT를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고, 다른 분야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리고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진 개발자라면 적당히 자기만족하면서 회사에 들어가거나 공부를 하는 학자의 길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A씨가 처음 택한 지인을 통해 사람을 찾은 방법 자체가 정말 비효율적이고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A씨가 N사나 K대에 있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 만족감보다 더 좋은 것을 제공해줄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또한 A씨가 생각하기에 좋은 개발자들은 이름 있는 학교에 있거나, 혹은 꽤 이름 있는 대기업에 있다고 판단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 생각보다 많은 개발자들은 놀고 있다.
-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한다.
- 안 좋은 회사에도 꽤 많다.
- 좋은 회사에도 물론 있다.(그 중에서 회사에 불만을 가진 사람)
첫번째 타입과 두번째 타입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놀고 있다.”라는 표현과 “일을 한다.”라는 표현이 사실 미묘하게 다른데, 정말 개발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과 놀고 있는 것은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 곧 취미활동이며, 일이자, 삶이다. 1 블로그에 언급 되었었던 프로그래밍 대회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또,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은 커뮤니티나 모임들이 많다. 보통 개발자 아닌 사람들이 취미로 영어를 공부한다던가 새로운 언어를 익히려고 영어 스터디를 한다면, 개발자들은 취미삼아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토론하고 배우고 간단한 놀이거리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이런 분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같이 어울리는 수밖에 없다.
Instagram 창업자는 개발을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창업이후에 자신의 product를 위해 Python으로 백엔드와 웹 프론트엔드 쪽에 대한 공부를 스스로 해서 상당 부분 구현에 기여를 했다고 한다. 나는 이정도의 열정과 노력은 있어야 개발자와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한다.’ 는 은근슬쩍 넘어가본다. 첫번째와 겹치는 부분도 많고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창업’을 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찾으려면 다른팀에 들어가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세번째 타입과 네번째 타입도 꽤 비슷하다. “회사에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처한 사람들. 반복적인 SI업무에 지친 사람들, 대기업에서 한가지 업무, 한가지 작은 부분의 프로그래밍만 하면서 자신이 배운다는 느낌을 못 받는 경우.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회사를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 내가 만나본 보통 “외주”라고 불리는 SI업계에 있는 분들은 작업에 대한 불만족도가 매우 높다. “계속되는 클라이언트와의 싸움”, “짜증나는 의사소통 방식”, 기타 개발자들을 개발에 집중 못하게 하는 요소들이 끝도 없이 댈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여담이지만, 한번 SI의 전설을 들어본 적이 있다. 반복되는 작업에 자체 framework을 만들어서 수십 개의 SI 프로젝트를 자가 framework으로 성공시켰다던..
세 번째 분류에 속한 사람들 중에 특이한 직군이 가끔 있다. “병역특례”(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라는 이름의 특이한 직군들. 요즘은 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반절 정도는 그리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며 회사에 다닌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래도 대우가 나은 편이지만, 팀원을 잘못 만났다던가, 맡게 된 업무가 맘에 들지 않는 경우 세 번째 경우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다양한 타입의 개발자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꼼수는 없다. 첫 번째나 두 번째 타입의 경우엔 직접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생활 속에서 프로그래밍을 적용하고 실천하시는 비개발자분들이 있다. 그들만 보더라도 프로그래밍은 생각보다 꽤 도전해볼 만한 지적 활동이고, 삶을 유용하게 만들어줄 수 있고, 개발자라는 친구들을 더 만나기 쉽게 해 준다.
세 번째나 네 번째의 경우에는 현재 그 사람이 속한 곳에서 얻을 수 없는 요소를 잘 타기팅하여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느린 의사결정 때문에 답답해하던 사람에게는, 발 빠르게 움직이는 문화로 유혹할 수 있을 것이며, 배우는 게 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면 된다. 하지만, 보통 이경우엔 “좋은 개발자”와 함께 일할 수 있는가? 가 강한 유인동기로 작용하는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라서. 금전적인 것도 꽤 도움이 된다.
사람을 구하는 것도 하나의 프로젝트다. 정말 유명한 IT창업자들은 모두 다 그 아이디어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개발자 구인”이라는 sub-project에서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다. 개발 회사의 문화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속에 인용된 facebook의 기발한 개발자 찾기처럼 우리가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를 좀 더 생각해보면 개발자를 찾기가 무척이나 수월해질 것이다. “어떤 사람”, “어떤 욕구”에 대한 세분화가 확실하다면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있고, 어떤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도 명확히 보일 것이다.
최근에 여러 명의 개발자를 여러 곳에 추천했는데, 추천을 쉽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욕구와 서로가 서로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욕구가 불분명하면 얻을 수 있는 것도 불분명해진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려야한다. 개발자가 필요한 회사든, 개발자 본인이든.
마지막으로, 개발자를 구인하는 모든 분들에게 행운을 빌어본다.
블로그를 써보면서 10년전(2012년 5월)에 썼던 글을 옮겨왔다. 이전 블로그 글의 서식이 조금 깨지는 면이 있지만 생각보다 copy & paste로 순식간에 옮겨져와서 놀랐다.
옮기고 떠오른 질문 하나.
이 글의 2023년 버전을 적는다면 어떻게 적어야 할까?
다음편에서는 작년부터 리턴제로(https://rtzr.ai)에 많은 시니어분들을 모셔오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본 2023년 버전에 대해서 적어보겠다.